[장자, 이야기와 글쓰기] 9주차 후기 – 글쓰기 수업 중간 점검

해야
2026-08-04 06:04
41

“저는 장자도 난해하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난해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쏙 빼고 썼지만 이상한 글이 되고 말았어요.. ” 제가 은사자님 후기에 남긴 댓글입니다. 글을 써도 결과물은 이상하고 더 짜낼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 왜 글을 쓰려 하는지를, 또 왜 글쓰기 수업을 듣는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수업을 듣기로 했을 때 살짝 고민을 했었습니다. 일정을 보고 2주마다 한 편씩 쓰는 건 무리일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말로만 듣던 장자를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 또 글쓰기로 장자를 접근하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신청했습니다. 장자를 읽어보는 경험은 좋았습니다. 한 구절이라도 스스로 해석해 보는 건 글쓰기 아니면 했을 것 같지 않아 도움이 되구요.

그런데 이 수업의 핵심인 글쓰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수업도 중간 지점을 넘어갔으니 지금 시점에서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이 수업에서의 내 글쓰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변죽만 울리고 정리가 안 된다’인 것 같습니다. 발산은 하나 수렴이 이뤄지지 않는 거죠.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에 좀 확실하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은 다양하겠죠. 그래도 지금껏 받은 피드백과 자기 평가를 바탕으로 몇가지를 꼽아 보면 주요 개념들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점, 텍스트에 대한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석이 안되는 점, 예시로 든 사례가 적합하지 않는 점,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는 점 등등입니다. 단기간에 해결될 것도 아니고 쉬운 문제들도 아닙니다. 그래서 좀 지친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여러 층위에 걸쳐 있는 이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내게도 배움이 일어나고 독자도 공감을 할텐데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쓰기에서 고민되는 게 내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어느 선까지 하느냐입니다. 성찰적인 글을 써야 하는데 자기 얘기(특히 좀 심각하거나 무거운 것)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얘기를 꺼내게 되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뭔가 실마리가 보이거나 조금이라도 해소되어야 할 것 같은데, 거기에 이르는 건 만만치 않습니다. 잘못하면 글을 쓰고 나서 괜히 맘만 더 복잡해 질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내 삶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글쓰기는 어쩔 수 없이 내 이야기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내 삶에서 소재를 끌어오는 게 너무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져 드라마를 예로 들어서 썼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고 단기간의 훈련으로 해결될 게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있습니다. 잘써야겠단 생각을 물러나고 그냥 써야겠구나란 마음이 올라옵니다. 읽는 사람이 답답한 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이번 피드백 세션에서 (개인별로 맞춤형 피드백이 이뤄졌지만) 가장 눈에 띈 것은 줌심이 되는 개념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였습니다. 저도 이게 쉽지 않습니다. 그게 씨앗문장의 주요 개념이든 씨앗문장을 풀어내는 핵심 개념이든 상관없이요. 주요 개념들을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는가를 먼저 점검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이를 (간략하게라도) 그 의미를 전달해야 독자가 길을 잃지 않겠죠. 

저는 글의 방향이 바뀌어 다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합니다. 신도가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것, 그 재구성한 이야기에서 안지약명安之若命과 유어형해지내遊於形骸之內의 의미를 다시 해석해내는 게 과제입니다. 전 이번 초안에서 선생님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글에 잘 드러나서 좋았습니다.

이곳도 정말 덥습니다. 모두들 몸 잘 돌보시길 바랄게요. 

댓글 2
  • 2026-08-04 10:27

    해야샘의 이번 후기는 저의 투정같은 지난 주 후기에 대한 답글같기도 해서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문탁샘은 더 헤매라고 하셨고. ㅎ
    지난 주 해야샘 글보면서, 처음엔 저도 문탁샘처럼 해야샘 이야기인가 했다가 (경기 남부~~~^^), <나의 해방일지>였다가 그런데 다 읽고 나니 결국 해야샘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샘 말처럼 '글쓰기는 어쩔 수 없이 내 이야기'가 드러나니까요.
    글쓰기는 쓸 때는 나의 문제지만, 일단 쓰고 나면 읽는 이와 새로이 교감하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 글 보면서 선생님들을 알아가는 느낌도 들고, 지난 주 유상샘 글은 실은 저도 참 좋았답니다. 그 고민 안에 제 모습도 있었기에요.
    이번 세미나의 의미는 저한테는 두 가지 정도인 것 같아요. 하나는 장님 코끼리 더듬기처럼, 샘들과 '장자 더듬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피드백을 통해, 내가 생각한 장자는 이런 거에요, 하면, 다른 사람이 그래요? 내가 본 장자는 이런 건데, 하면서 조합해 나가는 과정. 그게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내 안의 글감 찾기. 분명 2,3주 안에 한 편의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도 장자까지 들먹이며 쓴다는 것은 애초에 완성을 기대한 것이 아니니까요. 이런 저런 글감들을 가지고 써 보고, 그게 당장 이번 세미나 안에서 해결되지 않더라도, 살다 보면 다른 공부에서, 다른 장에서 문득 해결이 될 수도 있을 테죠. 글도 그렇고.
    "잘써야겠단 생각은 물러나고 그냥 써야겠구나"
    그런 마음으로 남은 세미나도 임해 보렵니다.
    포정이 매일 소 앞에 섰듯이, 오늘도 닥치고 글쓰기! ㅎ

  • 2026-08-05 13:42

    후기 감사합니다. 글이 어쩔 수 없이 내 이야기라는 말에 공감해요. 내 한계가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글쓰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장자 개념도 개념인데, 글을 쓰면서 제가 과장하거나 단정하거나 넘겨 짚으면서 쓰고 있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ㅠ 글을 쓰면서 매번 반성 투성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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