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끄는 짐승들> 1회 후기
돌봄’을 필요로하게 되는 조건인 ‘취약함’이나 그것을 기반으로 한 ‘상호의존과 돌봄’에 관하여 수나우라 테일러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타인들의 시선을 통해 장애란 무엇인가, 동물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동물인가 아닌가,
우리는 어떻게 상호의존적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며 우리가 쉬이 지나쳐온 고정관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먼저 이 책의 1부와 2부에 주요한 주장에 대해 자갈님의 발제문을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1.장애는 손상이 아니라, 사회가 구성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장애는 치료가 필요한 몸이 아니라, 사회정의의 문제이다.
관절굽음증이라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수나우라 테일러는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차별과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비장애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라는 두 이데올로기에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모든 교통수단에 경사로와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면 휠체어를 탄 몸이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는 인간(man-일부 남성)을 위해 존재하고 그 외는 열등한 피조물로 인식하는 인간중심적 사고는 인간의 동물화와 동물 멸시라는 잔인한 현실을 초래했다. 동물은 인간의 능력과 역량을 갖고 있지 않은 무능하고 열등한 존재라는 이유로 공장식 사육환경에서 불구화되고 소멸당한다. 이는 장애인들에게 가하는 차별의 이유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2.동물이란 무엇인가 - 동물윤리를 불구화하기
비장애중심주의는 인간 능력의 우월함을 강조하여 동물을 비하하고, 특정 인종과 젠더, 장애인 그룹을 인간 이하, 비인간으로 간주함으로써 ’정상‘ 인간중심주의 세계관을 강화한다. 그리하여 비인간 동물과 장애인을 삶과 경험 모두를 덜 가치 있고 폐기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며, 이는 상이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억압들로 이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기존의 동물윤리 - 동물도 인간 못지않은 지능과 감정을 가진 존재이므로 보호해야 한다.-를 불구화(Crip)한다. Crip 은 원래 장애인을 비하하는 명칭인 Cripple을 전복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정상성을 중심에 둔 비장애중심주의의 틀을 깨부순다.
기린샘은 지난 시즌에 읽었던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조미경씨의 사례를 들어 신체적 조건에 따른 삶의 다양성과 능력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조미경씨는 심각한 신체장애를 갖고 있지만 자신만의 창의적인 몸 사용법을 개발했고, 자신이 신체적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정서적 돌봄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줬었지요.
마리샘은 어릴 적 인간과 동물, 그리고 지적장애가 있는 동네의 이웃들이 농촌 공동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시면서 현대사회의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를 환기시켜주셨어요.
은영샘은 ‘고기는 동물이다’라는 저자의 선언에 공감하며 인간이 죄책감 없이 소비하기 위해
동물들을 식탁 위에서 소, 돼지, 닭이 아닌 소고기, 돼지고기, 치킨으로 치환하며 동물의 죽음과 생명을 은폐하는 현실을 꼬집어주셨습니다.
이 역시 ‘어떤 몸은 착취당하고 고기가 되어도 마땅하다’는 폭력적이고 위계적인 비장애중심주의가 숨어있다는 것이지요.
엄지샘의 부처님 전생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왕이 매에게 쫓기는 비둘기를 구해주려다 매와 협상을 하며 비둘기 무게만큼으로 여겨지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내어주었지만 살점의 무게가 더 가벼웠고 결국 자신의 몸 전체를 올려놓자 같은 무게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모든 생명은 다르지만 평등하다는 관점에서 인간중심주의, 종차별주의가 새롭게 다가오신 것 같습니다.
마음정원님은 이 책을 통해 어릴적 사고로 다리를 절었던 기억, 사람들의 수근거림의 기억, 그 속에서 어린 손녀를 정상의 몸으로 다시 복귀시키고자 하는 할머니의 노력에 관한 경험이 소환되었다고 했어요.
만약 그 때 완치되지 않았다면 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하며 당시 자신을 둘러싼 비장애중심주의의 시선과 억압이 문화적 견해와 가치관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소감을 나눠주셨습니다.
유유샘은 “장애가 아우르는 체현, 인지, 경험의 다양성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다”라는 부분을 인용하며, 장애를 존재하는 일로 경험함으로써 모든 인식의 방식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책을 왜 돌봄의 관점에서 읽어봄직한지 알게 되셨다고 했어요.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에서 인간들의 의료비즈니스시장에 의해 그들도 인간처럼 의료화된 노년을 맞이하는 것은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남겨주셨습니다.
소요유샘은 드라마속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들이 남발되는 현실에 불편함을 호소하셨어요.샘이 시각장애인인 친구들과 가까이 지냈기에 그런 감수성을 지니게 되신 것 같아요.
또한 아픈 고양이를 인간이 고양이의 의사를 모른 채 안락사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은 유유샘의 의료화된 반려동물의 노년과 함께 생각해볼 문제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우리가 비장애중심주의에 매몰되어 살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장애인들이 우리의 눈 앞에 더 많이 출현해서 더이상 그들이 이상해보이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이끔이들이 최종적으로 시즌2의 커리큘럼을 확정할 때 조금 고민을 했던 텍스트였습니다.
너무 어렵지 않을까, 참여자들이 ‘돌봄’이라는 주제와 조금 동떨어져있다고 여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지만 첫시간 함께 읽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나우라 테일러가 강조한 비장애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 종차별주의가 어려운 말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너무 만연해있는 일들에 관한 것임을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나누었어요. 이제 그 단어를 떠올린다는 우리가 고기를 먹는 일,반려동물을 대하는 일,취약한 몸들(인간유아,치매환자,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지적장애인,몸이 불편한 노인 등)과의 상호의존과 돌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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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님의 후기를 읽으니 세미나때 나누었던 이야기가 복기 됩니다, 돌봄의 문제에 장애해방과 동물 해방을 연결시키니 돌봄 윤리에 대한 감수성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남은 2회차에서 더 많은 생각들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서해 님이 빠르게 후기를 올려 주셨네요. 저도 돌봄이 주제인 세미나에서 장애 해방, 동물 해방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우려 반, 기대 반 했었는데, 다들 너무나 공감해 주셔서 저의 선입견이 사고를 좁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우에노 치즈코의 '돌봄의 사회학' 에서 장애인, 노인, 아동 통합 돌봄하는 사례를 '공생 돌봄' 이라고 했었던 거 같아요. ADHD와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여기에 애완동물까지 통합으로 돌보는 건데요, 입소자라고 해서 돌봄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아이들과 동물들을 돌볼 수 있게 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취약한 존재들이 서로를 돌보게 하는 돌봄 입니다. 가장 미래 지향적인 돌봄의 모습이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