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이야기와 글쓰기] 4주차 후기

오늘
2026-07-01 11:14
40

 

3주차 수업으로 너덜너덜해진 다음 날, 문탁쌤이 ‘벌써 그만두고 싶으시죠?’ 하고 올리신 글을 보고 찔끔했습니다.

올해 공부를 장자와 글쓰기로 하겠다고 결심하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간다고 다짐했건만,

겨우 두 번의 글쓰기 만에 완전히 넉다운이 되어버렸습니다. ;;

장자의 《제물론》을 붙잡고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성심’에 대해 나름 무척 고민하며 글을 썼습니다. 

글의 맥락이 매끄러워 보였고 어느 정도 만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에 대한 날카로운 피드백을 마주하는 순간, 제 안에서는 ‘억울함’이 솟구쳤습니다.

 

“적절한 사례가 아니다”, “설명이 중언부언 반복된다”, “글의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지금 보면 다 맞는 말인데도 그 순간에는 도무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런 뜻으로 쓴 건데 왜 이해를 못 하지?’, ‘내 눈엔 맥락이 빤히 보이는데 이게 안 보인다고?’ 하는 반발심이 밀려왔습니다.

피드백을 오롯이 듣기보다는 내 글이 얼마나 정당한지 변명할 핑계부터 찾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내가 쓴 글과 쌤의 피드백을 꼼꼼히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제야 선명히 보였습니다.

피드백 앞에서 억울해하던 내 모습이야말로, 장자가 그토록 경계했던 ‘성심’의 가장 완고한 작동 방식이었다는 것을요.

 

장자를 공부한다는 것은 관념적인 개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내 안의 성심은 이토록 부지불식간에 일어납니다. 글은 나만을 위해 쓰는 일기가 아니기에, 내 생각을 고집하기보다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 ‘아침에 네 개’를 제안할 줄 아는 저공의 유연함이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피드백에 대해 옳고 그름의 시비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내 잣대를 내려놓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성심 없이 바라보는 것이

진짜 글쓰기의 양행(兩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수업은 ‘이건 장자가 아니다’라는 껍데기를 하나씩 벗겨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 감정의 밑바닥에서 요동치는 성심을 직면했던 이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하는 샘들이 계시고, 든든한 문탁쌤이 계셔서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잘 돌보시고, 이번 주도 장자와 찐~~하게 만나 보아요. 

 

댓글 2
  • 2026-07-03 14:16

    자기 글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스스로 찾는 일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 합평하고 피드백을 주는 튜터와 학인들의 존재가 정말 소중합니다.

    저도 글쓰기를 통해 내 삶의 수많은 잘못과 고집을 스스로 보기는 어렵다는 걸 매번 깨닫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쓰기가 수양의 방법 중 하나인가봐요.

    징징대기 추가하면....
    '장자와 글쓰기' 공지가 올라올 때, 분명 문탁쌤이 '씨앗문장' 쓰기라고 하셨는데
    글쓰기를 시작하니까 칼럼으로 바뀌고 쌤이 말한 씨앗문장 쓰기가 내가 생각하던 씨앗문장 쓰기가 아닌 것 같고..
    매주 글을 써내려니 피드백 받기 전에 이미 너덜너덜해집니다.
    저의 비루한 체력이 14주를 버텨내길 바랍니다.

    모두 홧팅.

  • 2026-07-04 23:37

    넉다운이라는 말에 공감하며...아마도 매 시간마다 피해갈 수 없는 좌절감과 당황스러움은 나의 한계를 마주하는게 그만큼 어려워서 인가봐요.
    그래도 이 과정을 통과해가면서 나의 문제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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