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대중지성 시즌 1 8회차 <몸의 일기> 후반부 후기

엄지
2026-04-26 15:59
38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하나, 일요일이 되어서야 못 다 읽은 부분을 마저 읽고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하다가
기린샘이 주신 질문에 하나씩 답해보기로 합니다

다른 분들도 세미나에서 못다한 답들을 달아주시면 어떨까요~^^



1) 주인공과 연결된 인물들(아버지, 어머니, 비올레트아줌마, 티조, 사촌들, 모나, 자식들, 손주들)중 인상적인 인물에 대해



누구보다 인상적이고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은 티조입니다, 겉으로는 정돈된 삶을 사는 주인공의 숨겨진 욕망의 분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유머에 삶의 진실을 담아내는 단단한 티조의 이야기들. 고개를 끄덕이게도 되고, 한참 그 의미를 곱씹어 보게도 되는 현실속에 있지 않은 농담같은 스토리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행동에 잠시나마 자유를 느끼기도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60세 생일에 10년 주기의 탄생이론으로 해주는 축하의 메세지. 그리고 자신의 죽음도 어마하게 큰 돼지 이야기로 웃어넘길수 있는 모습. 어이! 뭐가 그리 심각해! 힘빼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잔뜩 진지하게 살아온 습관이 쉽게 어디 가지는 않지만 생로병사를 피할수 없는 삶에서 결국 필요한 건 느슨한 몸에서 나오는 유머감각이 아닐까 싶네요. 



2) 손자의 죽음 후 팡슈와 보낸 7년 동안 몸의 일기는 중단됩니다.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일”을 하는 동안 몸의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


몸과 상관없이 살아간 7년의 세월. 주인공은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일’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일생의 대부분을 몸과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그냥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열 두살 때부터 몸의 일기를 써온 주인공은 손자의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 몸이 자꾸 일으키는 사고를 직면하고 싶지 않아 관찰과 기록을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젊음을 다시 되찾은 것처럼 활발하게 일합니다.

하지만 저는 심하게 아파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40대 중반까지는, 그냥 몸을 내 생각과 의지에 당연히 따라와야 하는 부속품처럼 끌고 왔던 것 같아요.

겉으로 꾸밀줄만 알았지, 평생을 함께 가야 하는 동거인으로 존중하기 보다 왜 더 분발하지 않냐고 채근하는 때가 더 많았지요.

아프면서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정신없이 굴려온 관성에서 벗어나는 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생각만 하고 있던 몸의 기록, 일기를 그때부터 마음이 아니라 몸에 집중해 써보았더라면 고속열차처럼 달려가던 습관들에 브레이크를 거는 게 조금은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주인공이 몸의 일기를 쓸수 있었던 7년 이전과 이후의 시간들을 오히려 복받은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3) 지금까지 자신이 지속해 온 일이 있을까요? 혹은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서 지속하고 싶은 일을 떠올린 것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무리하지 않고 50%만 하기.

어떤 일을 하고 있던 중간에라도 힘들면 무조건 내려놓고 쉬기.

하루 중에 단 십분, 일주일 중에 한나절이라도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시간을 정해놓기.

아무리 게으르게 살려고 해도 매일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내 생산성을 절대 자책하지 않기.




4) 노년에 자신의 몸이 점점 기능 부전으로 향하는 과정(노화)을 기록하는 주인공의 태도에서 어떤 죽음관을 읽을 수 있는가?


“평생 자기 몸에 관해 일기를 써온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을 거부할수는 없다” (445)

“난 몸이 날 놀라게 하는 한이 있어도 그냥 자유롭게 내버려뒀다. 이 일기를 씀으로써 놀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462)



나이가 들수록 내가 나를 참 모르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도 그런데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는 내 몸에 대해서는 무지하고요.

하지만 자기 자신, 특히 자신의 몸을 평생 동안 자세히 관찰하고 알아온 주인공이

노화와 죽음을 놀라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는, 그 쌓아온 노력에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자신을 차곡차곡 이해해온 과정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고,

충분히 사랑한 사람은

마음 편히 그 사랑을 떠나보낼 수도 있는 거구나 하게 됩니다.  



달리기의 기록이든, 병의 기록이든, 혹은 통증의 기록이든

어떤 형태로의 몸에 관련한 기록을 해보아야겠다는 동기를 강하게 받았네요.

나이듦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내 몸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게 아닐까

후기를 적으며 드는 생각입니다.

댓글 2
  • 2026-04-26 18:22

    저 역시 아플 때마다 제 몸에 대한 무지에 놀라기도 하고 미안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달리기의 기록이든, 병의 기록이든, 혹은 통증의 기록이든" 몸에 대해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셨다니 함께 책을 읽은 보람이 있습니다.
    저도 통증과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 2026-04-28 10:03

    오호^^ 질문에 관한 성실한 답변~~~ 엄지님^^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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