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대중지성 5회차 후기-<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전반부

새봄
2026-04-04 11:46
37

이번 세미나는 시작부터 살짝 당황스러웠다.
앞선 두 권의 책을 통해 나이듦에 대한 편견을 조금은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세월의 무게를 덜어주는 경이로운 노화 과학”이라니…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거슬러 갈 것인가?

샘들도 비슷한 난감함과 당혹감을 이야기하셨다. 그런데 재밌게도 앙코르샘은 이 책 때문에 세미나를 신청하셨다고! 혼자라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책을, 함께라서 읽게 되는 것. 그렇게 우리는 “호기심 모드”로 이번 세미나를 시작했다.

 

긴 메모글을 올려주신 무지개 전사샘은 노화를 진화의 선택 결과로 바라보는 관점을 짚어주셨다. 생물은 영생보다 ‘지금 살아남고 번식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노화가 형성되었다는 설명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지점은 노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었다. 피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수정 가능한 손상의 축적으로 볼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노화는 언젠가 되돌릴 수도 있는 ‘과정’이 된다.


마리샘은 소아마비 백신이 HeLa 세포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짚어주셨고, 자연스럽게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까지 소환되었다. 난자 제공을 강요(?)받았던 조교들의 모습, 그리고 최근 합법화된 줄기세포 치료 이야기까지 이어지며,  여러 생각이 오갔다. 개인적으로는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며 냉동배아를 사용했던 기억도 떠올라 묘하게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코난샘은 영화 <맨 프럼 어스>를 떠올리며, 10,000년을 사는 삶이 과연 축복일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오래 사는 것과 잘 사는 것 사이의 간극이 다시 한번 선명해졌다. 앙코르샘의 요즘 여행에서는 예전처럼 가슴이 뛰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베짱이샘의 말처럼 유한한 삶이기에 오히려 더 소중해지는 감각이 떠올랐다. 괜히 직장 근처 목련꽃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까지 덤으로 따라왔다. 

 

엄지샘은 호르메시스 효과를 통해 ‘중도’를 이야기하셨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으면서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마음 역시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나 역시 거창한 과학의 성과는 잘 모르겠지만, 장수와 관련된 소소한 팁들은 슬쩍 저장해두고 싶은 마음… 솔직히 부정할 수 없다. 니은샘은 “바람 없는 나무는 쓰러진다”는 비유로, 고생도 결국 생명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유쾌한 결론을 내려주셨다. "고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자!"

 

머루샘은 노화 과학의 혜택이 결국 특정 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으며 “이건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지난 시간의 홈리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누군가는 훨씬 더 가혹한 조건 속에서 노화와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소요유샘은 실험동물의 희생을 떠올리며, 동시에 고기를 먹는 자신의 모습에서 느끼는 모순을 솔직하게 털어놓으셨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지점이었다. 그런 와중에 “일관성은 주입된 가치일지도 모른다”는 베짱이샘의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이어서 서해샘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말이 결국 오래 살고 싶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고 뜨끔했다는 고백 역시 깊이 공감되는 지점이었다. 블루밍샘은 니체의 ‘위대한 건강’을 언급하며, 우리가 너무 쉽게 말하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말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익숙한 문장 하나에도 생각보다 많은 전제가 숨어 있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윤리적인 문제만 빼면 재밌는 책”이라는 자갈샘의 말처럼, 이번 책은 흥미와 불편함이 동시에 따라오는 읽기였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우리의 다음 세미나도 이어질 것 같다.

 

댓글 1
  • 2026-04-04 16:49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만으로 과학의 성취를 바라보기에는, 과학 기술의 성취가 이 세상에 가져온 모순과 악덕을 너무 많이 봐 온 거 같기는 합니다. 생명의 샘을 찾는 인류의 오랜 소망의 성취에 다가가는 과학적 여정에서 벌어지는 인류이 악행을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생명 탐구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 책의 주제와는 반대편에 있는 죽음의 관점에서는 유성생식의 시작으로 개체의 죽음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진화의 관점에서 유리했다는거죠. 어쩌면 인류는 환경을 통제해서 유전적 다양성이 필요 없는 영생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봄샘, 꼼꼼하고 빠른 후기 감사 드리고, 후반부는 좀 더 편하게 읽으시기를 바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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