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대중지성 4회차 후기

니은
2026-03-28 18:35
52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을 읽고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란 제목이 구미를 당긴다. 정말?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있을까? 좋게 해석해도 ‘인정하다’ 정도가 합리적인 표현일 것 같은데 ‘사랑한다’고? 그래도 한 번 믿어보자! 부지런히 읽었다. 한 챕터, 두 챕터, 열한 챕터를 다 읽어도 당사자가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은 없었다. 젊은 사람이 늙어가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또 내가 너무 순진했다! 꼭 이렇게 제목을 붙여야하나... 그러려니 하면서도 짜증이 밀려온다.

 

어쨌거나 책 내용은 노년 당사자를 다룬 챕터도 있고, 노년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들을 다루기도 하면서 흔히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노년이면서 약자인 사람들 이야기가 많다. 비록 그 당사가가 아니라 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젊은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많았지만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노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블루밍님은 독립적인 삶이 가장 이상적인 삶으로 생각하며 살았는데 의존성이 늘어날수록 더 자립할 수 있다는 조미경씨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고 하고, 마리님은 요양보호사 이은주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좀 개선되어야함을 이야기하였다. 새봄님은 나이듦이 특별한 단계에 진입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일상을 돌보며 살아가는 일이란 생각을 했다고 하고, 무지개전사님은 우리나라에서 남성 노인 혐오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실제 예를 들면서 말하였고, 소요유님은 나이든 여성에 대해 성역할을 규정하여 얘기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주체가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말도 했다. 코난님은 노년의 관계 가꾸기의 필요성과 책을 읽다가 이해가 덜 되는 부분을 질문했고, 엄지님은 루인씨의 경우, 존재의 시간성에 대한 부분과 트랜스젠더가 패싱을 포기하는 부분에서, 최현숙씨의 경우, 스스로 가차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용기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베짱이님은 우리 모두 살아온 경험, 처지, 취향이 다른데 모두에게 해당되는 좋은 나이듦의 정답 같은 것은 없다며, 나이 들어가는 타인을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자기 자신의 삶과 나이듦의 과정에만 갇혀 있는 관심은 마음 밭도 좁히고 생각도 쳇바퀴 돌게 하지만’ 이 부분! 이 글을 읽는데 누군가 똑같은 사람이 있는데 싶었다. 그 사람은 바로바로 나였다! 내가 계속 이러고 있었던 것 같다. 베짱이님은 해결책까지 주셨다. ‘세상 속 다양한 노년 타자들의 삶을 깊고 넓게 이해해 보려하는 과정이 그 자체로 우리의 삶과 노년의 발걸음에 새로운 상상력과 참조점과 시선과 의욕을 키워낼’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므로 ‘나답게’보다 ‘나없이’ 늙어감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그래서 이번 세미나에서는 좁게 내안(나의 편견, 가치관)에서만 뭘 해결해보려 애쓰는 나를 발견해서 참 다행이다. 무엇인가 열심히, 골똘히 집중한다는 것에는 함정이 있다. 베짱이님께 꾸벅!

 

그럼 다시,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이 몇 명이라도 있을까?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일욜 나이듦 연구소의 ‘걷는 친구들’ 산행이 있었는데, 오십 살 전후의 회원이 자신은 나이드는 게 좋다고 그렇지 않냐고 물어봐서 걍 몸만 더 아프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면 괜찮다고 말했다. 아직은 나이듦이 뭔지 잘 모를 나이다. 육십이 넘어야 실감한다. 칠십이 넘으신 분은 육십을 보고 또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흐흐.

 

나이 드는 것을, 인정하거나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좋아하거나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않아도 나에게 바싹 다가오는 나이듦! 앞으로 더 공부해가면 지금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댓글 5
  • 2026-03-29 12:09

    니은샘 다운 경쾌한 후가 감사 합니다!. 후기 순서를 몰랐다고 당황해 하시더니 세미나 메모 꼼꼼히 하셨었네요. ^^. 저도 제목에 대해서는 아직 갸우뚱 합니다. '늙어감을 사랑하게 해주는 사람들'로 해석하려고 해요. 함께 공부하는 것으로 나이듦을 유쾌하게 받아 들이는 거 저도 동참이요.!

  • 2026-03-29 12:28

    니은 님의 후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요일 점심의 나른한 시간에 다시 한번 지난 화요일에 저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의 정리를 읽어보니 청량한 기분이 드네요. 샘의 글을 읽으면서 '나이듦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만 '나이듦 세미나'를 하는 '우리들'을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잘 느꼈어요. 저와 다른 타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저에게 점점 더 즐거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 2026-03-30 14:30

    늙어감을 사랑한다는 말에 저는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었는데요^^ 나이듦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이렇게 나왔다면 좀 더 잘 받아들여졌을까요? 니은님의 후기는 언제나 발랄명랑해서 따라 읽으면 스르르 웃음짓게 됩니다^^ 걷친들에서 만난 친구들과 나이듦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좀 했어요~~

  • 2026-03-30 21:54

    니은 님이 제 얘기를 쓸만한 구석이 있는 얘기로 꾸려주셔서 외려 제가 꾸벅~^^

  • 2026-04-01 18:14

    저도 늙어감을 사랑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지만, 늙어감을 함께 얘기하는 우리 세미나는 자꾸 좋아지네요.
    한 분 한 분의 다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와 부모님을 생각해 보고,
    우선은 베짱이샘의 조언처럼 제 안의 편견을 없애는 게 아니라, 편견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고 합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23
나이듦대중지성 시즌1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1회 공지 (11)
기린 | 2026.03.30 | 조회 89
기린 2026.03.30 89
122
나이듦 대중지성 4회차 후기 (5)
니은 | 2026.03.28 | 조회 52
니은 2026.03.28 52
121
나이듦대중지성 시즌1 4회차 세미나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공지 (10)
자갈 | 2026.03.21 | 조회 89
자갈 2026.03.21 89
120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2회차 후기 (2)
마리 | 2026.03.19 | 조회 62
마리 2026.03.19 62
119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2회차 공지 (10)
서해 | 2026.03.15 | 조회 114
서해 2026.03.15 114
118
나이듦대중지성 시즌1 특강 후기 (7)
앙코르석공 | 2026.03.08 | 조회 74
앙코르석공 2026.03.08 74
117
2026 나이듦대중지성 시즌1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1회 공지 (10)
기린 | 2026.03.07 | 조회 156
기린 2026.03.07 156
116
에세이는 여기에 올려주세요~~ (9)
요요 | 2025.11.28 | 조회 123
요요 2025.11.28 123
115
에세이 개요를 나눕니다 (9)
요요 | 2025.11.21 | 조회 129
요요 2025.11.21 129
114
<창조적 진화> 5회차 마지막 시간 후기 (3)
아렘 | 2025.11.17 | 조회 115
아렘 2025.11.17 115
113
<창조적 진화>의 마지막 시간 (9)
요요 | 2025.11.14 | 조회 105
요요 2025.11.14 105
112
<창조적 진화> 4회차 후기 (1)
니은 | 2025.11.13 | 조회 92
니은 2025.11.13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