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역설1> 후기
습하고 무더운 여름밤, 여행 가신 분들도 계시고 다른 사유로 빠지신 분들도 계시나 꿋꿋하게 5명이 이 시대 우리에게 ‘좋은 돌봄’이란 무엇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Zoom 앞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Zoom 예약을 문탁샘이 새치기하시는 사태가 벌어져 기린 샘이 서둘러 수습하는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
치과의사이자 대학에서 의료윤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돌봄을 이 시대에 필요 불가결한 것으로 보고 돌봄이 요구하는 6개의 핵심 요소를 규정합니다. 우리에게 돌봄 인식이 부족한 건 돌봄 이야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유명한 소설, 영화들을 소재로 돌봄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데요, 하지만 저는 그동안 나이듦 관련된 돌봄에 대해 살펴보면서 돌봄에 관해서는 현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던 탓인지, 저자의 빈약한 돌봄 경험 (맞벌이 부부로서의 가사 분담, 어린 딸의 보호자 정도)을 소설과 영화로 억지로 채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주장이 잘 와닿지 않았고요. 기린 샘에게 읽기가 너무 힘들다. 라는 하소연도 했었는데요, 기린 샘은 개인에게 지워졌던 돌봄을 사회적 책무로 재정의해야 하는 돌봄 사회를 위해서는 ‘좋은 돌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고 우리에게 돌봄에 대한 담론의 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텍스트의 의미를 짚어 주셨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좋은 돌봄의 6가지 요소 중 앞 3장에 대한 기린샘의 발제를 시작으로 우리의 좋은 돌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음정원님은 돌봄은 돌봄 제공자와 받는 사람 간의 상호작용, 관계성에 주목하셨고, 현재 친정 부모님을 돌보는 관계에 대해 공유해 주셨습니다. 부모님과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파문이 되어 형제들과 자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돌봄을 위해 꼭 휴식의 날은 지키신다고도 하셨어요.
마리님은 의료와 돌봄이 분리된 현실에서 의료와 돌봄을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노력이 인상적이라고 하셨습니다. 직접 지켜보신 방문 요양자들의 헌신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저도 단순히 보수만 염두에 두고 행할 수는 없는 게 돌봄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소설, 영화가 좀 작위적이었다는 거에는 저와 동의. 박완서 작가의 ‘아주 오래된 농담’이 돌봄과 관련이 있나? 그보다는 무속에 심취한 재벌가에 대한 비판이라고 세간에 떠도는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셨고요, 그럼에도 저자가 좋은 돌봄 이야기를 하기 위해 무척 노력을 많이 한 거는 인정을 해 주자고 하셨습니다. ^^
유유님은 저자가 돌봄을 ‘종특유의 활동’이라고 규정한 거에 대해 동물 사회에는 돌봄이 없나? 라는 문제제기를 하셨구요, 저자가 조력 살인에 대해 인용한 영화 ‘아무르’에 대해 저는 안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조르주의 행동을 비판한 거에 반해 조르주의 행동을 이해하는 입장이셨습니다. 어머니의 조력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남유하 작가의 책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도 소개해 주셨는데요, 상대방의 존엄과 품위를 지켜주기 위해 조력사를 지지하는 것이 돌봄의 적극적인 행위로 볼 것인지에 대한 여러 견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리님이 언급하신 ‘케빈에 대하여’ 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이 돌봄에 대한 유유님과 마리님의 상이한 경험담을 듣기도 했습니다. 개별적 돌봄의 경험과 방식은 정말 다양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고, 사회적 돌봄으로 나아가기 위한 담론이 시급한 시기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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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 2026.07.03 | 80 |
습하고 더운 여름 저녁 각자의 모니터로 만난 다섯 분의 진지한 토론의 현장이 그려집니다. ^^
얼마 전 사회적고립연결포럼에 다녀온 후, 우리가 돌봄의 생태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응답할 윤리적 책임이 있다는 것에 감응했다고 후기를 썼었는데요,
지금 이글을 읽으면서는 '생태계'라는 단어를 동원해야할 정도로 돌봄은 얼마나 광범위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평소에 '서로돌봄'이라고 말하는 상황과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돌봄의 현장의 차이를 상상해보면요..
그래서 저자가 돌봄을 현장이 아닌 책이나 영화로 설명하려고 한것의 한계를 지적한 자갈샘의 입장도 이해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돌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돌봄의 윤리라는 것을 알고 돌봄이 교환되는 일이며, 의지를 갖고 실천하는 일이고,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출발해야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시작한 돌봄과 그렇지 않은 돌봄은 차이가 있었을거라고... 그 땐(제가 돌봄을 경험했던) 제가 돌봄에 대해 너무나 몰랐었다는 뒤늦은 자각이 이런 책을 접할 때마다 듭니다.
잘 정리해주신 후기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