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이야기와 글쓰기] 7주차 후기_글을 쓴다는 것
힘들다. ㅎㅎ
생각해보니 지금까지의 나이듦연구소 세미나는 대부분 독해 위주였고 글쓰기는 마지막 에세이 한 편 쓰는 정도였을 뿐, 이렇게 매주 글을 쓰는 건 처음이었다.
처음 3-4주까지 몸이 많이 힘들었다. 낭송 시간을 거치면서 아침 5시 40분에 일어나는 루틴을 만들어놓았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에는 그 시간에 기상하고 운동할 수는 있었는데 저녁 8시 정도가 되면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졸렸다. 오늘이 7주차 세미나였는데 비로소 몸이 조금 적응된 듯한 느낌이다. 이제는 밤 10시까지 어찌어찌 버틴다.
문탁쌤이 글쓰기라는 방식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글쓰기 수업의 고충을 토로하셨는데 '왜 꼭 글을 써야 되나, 나는 그렇게까지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친구를 나는 알고 있다. 동네에서 함께 독서 모임을 하는 이 친구는 아주 똑똑하고 국어교육과를 나와서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많이 준다. 몇년 전에 공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친구에게 문탁네트워크를 알려주면서 세미나를 해보라고 추천해주었었다. 친구는 1년동안 문탁쌤과 빡세게 세미나를 하고 글을 썼지만 그 공부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묻지 않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우연히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친구는 글쓰기와 공부가 삶과 너무 유리되어 있다고 느꼈다. 일상을 살면서도 찐한 공부 생각을 해야 하는 삶보다는 온전히 일상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이다.
그런데 나는 애초에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삶에 있었다. 기존의 방식대로 일상을 살 수 없다고 느꼈을 때, 공부는 새롭게 삶을 살기 위한 유일한 도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가 요구하고 강요하는 대로 살지 않고 싶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나는 그 고민을 공부를 통해서 이어간다.
그렇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글을 안 쓸 수만 있으면 안 쓰고 싶다. 글 쓰는 작업은 고통스럽다. 토할 때까지 고치지도 않았는데 이미 토할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아마도 이과생답게) 글을 쓰면서 너무 헤매다가 뭔가의 실마리를 찾은 그 느낌, 그리고 머리 속에서 무언가 서로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는 그 느낌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을 때는 '열심히' 쓴다.
그러면 애초에 이 세미나는 왜 신청했을까. 이름이 '장자, 이야기와 글쓰기'인데 말이다. 허허. 다시 말하지만 '씨앗문장 쓰기'하는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씨앗문장 쓰기는 독해를 위한 거다. 텍스트에서 이해가 안되거나 꽂힌 문장을 그 텍스트의 맥락 안에서 끝까지 풀어내보는 연습. 씨앗문장(으로 칼럼) 쓰기일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피할 수 없으니 나는 열심히 글을 쓴다. 그런데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글쓰기는 내 머리 속의 즐거움 말고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문탁쌤이 처음부터 남의 글을 잘 읽어야 내 글도 잘 쓴다고 하셨는데, 오늘도 그것을 한번 더 느낀다. 내가 글을 쓰는 맥락을 전혀 모르는 독자에게 내 글이 설득력 있게 전달되도록 쓰는 것과 선생님들의 글을 그 글이 쓰여진 맥락을 전혀 모르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 읽는 것은 결국 동일한 훈련이다.
선생님들의 글을 여러 편 읽으면서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도 이제 조금씩 느껴진다. 나의 글과 전혀 다른 문채와 분위기를 가진 글을 읽으면서 나도 다양한 느낌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제 3번의 씨앗문장(으로 칼럼) 쓰기와 파이널 에세이가 남아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장자를 데려와 글 속에서 고민을 풀어내고 삶의 돌파구를 찾는 과정을 이어갈 것이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나에게 글쓰기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설마 부득이한 것이 되어 있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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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 2026.06.30 | 107 |
벌써 후기 한 바퀴 돌았나요?
삶과 글쓰기와 공부가 다 하나라는 말 완전 공감합니다. 원래도 책읽기는 좋아했지만 23년 감이당 문을 두드렸을 때는 업무 폭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그러던 중 24년부터는 더이상 국어교사가 아니라 전과해서 진로 교사가 되었어요, 문탁 선생님^^;; 뒤늦은 고백.) 학교 말고 다른 숨쉴 통로가 필요했어요. 인문학 한다니, 줌이라니 너무 좋았죠.
그런데 감이당도 문탁도 글쓰는 과정이 꼭 있었어요. 직장 외의 숨 쉴곳을 찾았는데 글쓰기엔 결국 다시 학교가 소환되네요. 그러니 글쓰기-공부-삶은 같이 가는 건가봐요. 근데 아직 글에 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게 많이 주저되고 어렵습니다.
장자와 글쓰기가 지금까지 세미나 중 가장 빡빡한데, 솔직히 이번 주는 그냥 쨀까 할 때도 두어번 있었는데, 저또한 제가 신청했으니, 뭐, 어쩔 수 없이라도 쓰게 되겠죠? ㅎ
앗...진로교과 샘이구나....ㅋㅋㅋㅋ... 그럼 수레바퀴에 깔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은디요^^
저에겐 글쓰기가 '왜 써야 해' 가 아니라 '나는 쓸 수 없는 글이야' 였어요. (비겁한 변명임을 지금은 알고 있답니다 ;;)
하지만 어느 순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어요. 그리고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무엇에 막혀있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있는지를요.
이게 글쓰기가 주는 선물이라 믿기에 계속 쓰려구요.
전 세미나 글쓰기와 달리 한 편을 단기간에 써내는 건 처음이라 아직 적응이 안되네요. 지금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정신 없긴 하지만, 샘 말씀대로 그래도 마치고 나면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있으리란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