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후기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1> 게으름보다는 무식함

산책
2026-07-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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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조가 게으른 걸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니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아닙니다. 무식해서 입니다.T.T” 

세미나 사상 초유의 사태, 다음 세미나 공지보다 지난 세미나 후기가 늦게 올라왔다. 매번 선두로 후기를 써주시는 조원들게 묻어가는 나의 게으름을 먼저 고백한다 쳐도 이번 사태는 우리가 처한 소설 읽기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사실 메모 조가 되어 책을 읽을 때는 긴장하면서 읽게 된다. 뭐라도 쥐어짜내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특성상 글은 쉽게 읽힌다. 문제는 다음이다. 소설의 특성 상 인물들이 펄떡 펄떡 살아서 간섭을 일으킨다. “미시적으로 분석적으로 메모를 쓰시오”라는 튜터샘의 안내를 떠올리며 최대한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고 메모를 써야지 생각한다. 하지만 하이라이트 되어 있는 부분을 정리하다 보면 이상한 골짜기로 안내되어 메모는 또 길을 잃는다.


이번 책도 그랬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메모를 쓸 때는 인재가 바라 본 서울이 지금의 서울의 모습과 거의 복붙이다 싶게 닮아 있다는 점에 대해 써야겠다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정말 참말이다. 서울에 집을 갖는다는 것과 관련하여 돈과 자본에 대한 분석을 나름 하고자 했다.

 

메모를 쓰면서 매번 내가 가진 개념의 빈곤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 읽기의 맹점이다. 개념탐구학교를 통해 어려운 개념에 대해 공부할 때는 내가 모르는 개념이니 정리하면서 메모를 쓸 수 있었다. (물론 그 때도 전혀 성실하지 못했다. 미안합니다.^^;;) 그런데 이제 소설을 읽어가면서 인물과 사회를 분석해내려고 하니, 자꾸 말이 꼬이고 내 안에 있는 몇몇의 단어를 재탕 삼탕해서 슴슴하게 중언 부언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쯤 되면 공부를 통한 ‘나’라는 주체의 해체가 아니라 ‘나’의 생각과 취향, 어떤 특성들이 더욱 공고하게 드러나 메모를 하는 당사자의 캐릭터만 확실히 드러나는 중이 아닌가 싶다.(T.T) 나름 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윤경샘화 되는 것 같다. 도대체가 이해 안되는 캐릭터들로 인해서 소설 읽기가 곤욕스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경샘 미안~^^;;)

 

왜 박완서 소설 속 인물들은 나를 이렇게 자극하는가. 왜 평범한(?) 정상적 사고를 지닌 사람이 없는가? 먼저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 봐야하는가? 2026년을 살아가는 내 신체는 신체는 욕망이 들끊는 수도 서울에서 전쟁과 산업화를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인물들의 내밀한 속마음을 보는 것이 힘든 것인가? 인물들의 속마음이 내게도 있는 것인가? 박완서 작가가는 확실히 문제적 작가이신 것은 분명하다.

 

갱년기가 오나보다. 새벽에 잠에서 깨서 다시 잠에 들지 못해 뒤척이는데 내일 출근보다 한참 늦어버린 후기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처음 박완서 읽기 모집 공지를 찾아 읽어봤다. 처음 세미나를 시작할 때 어떻게 출발했던가 궁금해서다. <여성, 나이듦, 돌봄 박완서 다시 읽기.. 박완서는 민중. 민주.해방 같은 거대담론보다 그것에 의해 가려진 생활세계와 그것의 식민화를 뚜렷한 감각으로 포착했습니다. 또한 노년과 돌봄, 상실과 죽음의 문제를 누구보다 깊고 낯설게  탐색해 나갔습니다. ... 박완서를 다시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 일이 아니라 여성의 삶이 통과한 시간을 되살리는 일입니다. 어머니와 딸, 가족과 이웃, 개인과 역사가 얽히고 설키는 자리를 따라가면서 그녀가 평생 짊어진 타인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그 여성의 시간을 따라 걸으며 시간. 기억. 관계의 결을 복원하는 일입니다.  페미니즘 리부팅과 백래쉬, 초유의 고령화사회, 기후위기와 명절에 대한 불안 속에서 박완서를 다시 읽습니다. 그를 통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마음속에서 뭔가 와글거리는 것은 사실이다. 

"밤의 공중에서 보면 도시는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은 이 도시가 어느 때보다 여름이 창창하다고 내게 말하는 듯했다..... 마음이 어떤 때보다도 와글거리기 때문이었다. 많은 기억들이 흔들리고 부유했다. <복자에게, 김금희, 문학동네,167>

 

벌써부터 마지막에 써야 할 에세이가 걱정된다.

 

P.S 세미나 때 나눈 주제에 대해서는 우리 B조 샘들이 자세히 써주실거라 믿으며...일단 (정신없고 사적인) B조의 후기를 출항시킨다.

댓글 2
  • 2026-07-11 17:40

    불면의 새벽에 출근보다 늦어버린 후기를 걱정하신 산책님 감사 합니다! 덕분에 편안하게(?) 후기 댓글을 올립니다. ^^.
    세미나 때문에 소설 읽기가 어려운 건지, 그 동안 소설을 너무 가볍게만 읽어왔 던 건지 저도 좀 헷갈리긴 합니다.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예전에 읽었을 때는 오목이가 불쌍하다는 생각만 하면서 그냥 재밌게 읽었다는 기억만 있습니다. 세미나 메모를 준비하면서는 시대 상황과 인물들에 대해 나름 분석적으로 보려하니 그들의 변덕과 이기심에 머리가 어질어질해 집니다. 박완서 소설의 인물들의 특징 - 외피는 세련된 중산층이나 실은 허영과 위선이 찌든 이들이 비틀대는 걸 따라가다 보면 이들은 왜 이 모양인가? 싶으면서도 제 양심을 콕콕 찌르는 면이 있어요. '너 라고 뭐 다를 거 같아?' 라는 속삭임이 들립니다. 스토리는 막장인데 세밀한 시대 묘사와 인물의 심리를 예리하게 표현하는 문장력으로 우리를 끌어 들이죠. 작가는 이 막장극이 네 삶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아니'라고 부정하고픈게 불편함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6.25 로 인한 가족해체의 비극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성장 시대로 고속 질주해 버린 우리 사회에 '가족이란 무엇인가'의 질문을 던집니다. (문탁 샘, 파랑 샘) 박완서 선생도 6.25 전란으로 인해 20대 초반에 어쩔 수 없이 가장 역할을 하면서 가족에게서 벗어나고픈 혹은 가족을 버리고픈 욕망을 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생존을 위한 아귀다툼 속에서 노인과 아이들을 유기하는 참극이 실제로 많이 벌어졌을 겁니다. 그리고 전후에는 우선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구호아래 가족을 버리고, 이웃을 배신한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잃어버린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저 성장의 날개를 올라타야 한다는 욕망의 고속 질주, 뒤쳐진 이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경멸을 퍼붓는 세상. 산업 사회의 기반이 되어 줄 '정상' 가족의 이미지가 구축되고, '정상'이 되지 못한 자들 - 고아들은 그 '정상'의 범주에 들기를 너무도 소망하지만 고아를 보는 사회의 냉혹한 시선을 오목이를 통해 너무나 잘 보여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수철이는 외가의 도움과 유산으로 빠르게 중산층 가족을 이루었고 '정상' 가족에 흠결이 날까 동생을 외면합니다. 수철이에게 오목이는 피붙이 동생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흠집나게 할 고아일 뿐이었으니까요, 수지도 영악하게 안정적인 중산층 가족을 이루어 줄 남자를 선택하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안정감을 지키고자 동생을 버리고 또 버립니다. 오목이가 꿈꾸던 '정상' 가족의 이데올로기가 오히려 오목이를 가족으로 부터 더 내쳐지게 만들어 버리는 아이러니가 되고 말았다고 생각 합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자녀간의 화목하고 단결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이미지가 그렇게 견고하고 신성한 것인지, 실은 손익 앞에 허망하게 무너져 버리는 이익 공동체라는 실상을 감추고 있는 게 아닌지, 그리고 가족이라는 허상 뒤에서 이웃에 대한 이기심과 배타성을 합리화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작가는 묻고 있는 게 아닐까요?

  • 2026-07-12 00:12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의 오목이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교과서와 역사, 그리고 이미지’로 그동안 박제되어 있었던 ‘전쟁’ 그리고 “고아들”이 몸으로 다가왔다. 책을 보는 동안 몸이 아팠고 마음이 괴로웠다.
    6,25전쟁으로 발생한 한반도 전체의 전쟁고아의 수는 약 10만으로 추산된다. 정전 직후 남한 정부가 공식 파악한 시설 수용 고아는 약 5만명 내외였다. 북한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고아가 발생했다고 한다.
    전쟁 후 이 고아들은 남북한의 체재와 사회적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를 거쳤다. 북한은 폴란드를 비롯해 루마니아, 헝가리, 동독으로 위탁교육을 보낸다. 이후 1959년에 동구권에 가 있던 모든 전쟁고아들을 전후 복구 노동력으로 쓰기 위해 강제로 송환한다. 반면 당시 남한 정부는 전후 재정적 기반이 전무해서 고아 구호를 상당부분 미국, 유엔군, 외국 민간 원조 단체에 의존했다. 따라서 고아들의 행로는 국내 보육시설 수용, 해외 입양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탈출한 고아들은 거리의 부랑아로 떠돌거나 부랑인 수용시설에 강제로 수용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쟁고아가 되어버린 ‘오목이’가 ‘한 폭의 목가적인 풍경’을 가진 고아원에서 자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런지.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의 아이였는데 애들 말로는 그 아이가 고아원에서 산다고 귓속말로 수근거렸다. 얼굴이 동글하고 작았다. 몸은 말랐는데 얼굴은 통통했고 희고 뿌했다. 작은 키에 말소리가 들릴락 말락 조용조용하게 말했다. 웃는 것도 배시시 가만히 웃었다. 얌전한 아이였다. 당시는 학급비상연락망 체제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이들끼리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그룹으로 묶이면 반드시 가정방문을 해서 집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 학교방침이었다. 그래서 그 아이랑 내가 거리가 가까운 같은 그룹에 속해서 그 아이 집(시설)에 갔다. 수녀님이 우리 대여섯명을 반겨주었다. 그 아이가 수녀님을 엄마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새 학년이 바뀌어 그 아이와는 헤어졌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아이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불현듯 오목이가 내 기억 속 까마득히 잊었던 한 소녀를 소환한다. 지금 그 아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오목이와 일환이가 그토록 꿈꾸고 바랬던 가족을 지금쯤은 번다하게 이루고 살고 있을까. 난초공원샘이 말씀하셨던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무사히 들어갔을까.
    여러 샘들이 불쌍한 오목이에 대한 언니인 수지와 오빠인 수철이의 잔인한 ‘외면’을 보면서 ‘가족이 뭐냐’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오목이가 고아임에도 불구하고 대학도 나오고 직장도 번듯한 소위 경제력이 있었다면 수지와 수철이가 외면했을까. 언젠가 길에서 전쟁 때 일본 나가사키 징용에 끌려온 한국 남자와 눈이 맞아서 한국으로 영원히 건너간 고모를 찾으러 길거리를 헤매던 일본 아줌마를 우연히 만났다. 여차저차 지난한 몇 년의 과정을 거쳐서 기적처럼 고모의 자손들을 찾았지만, 생전 처음으로 만난 엄마의 유일한 핏줄인데도, 생계에 바쁜 한국의 조카들은 그다지 이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족은 혈연공동체라고 말하고 있다. 혈연공동체는 구성원의 생존, 보호, 감정적 유대, 그리고 대를 잇는 것이 1차적 목적으로, 조건 없는 사랑과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받으며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토대를 제공한다라고 한다.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것이 가족이란다. 그런데 진짜 그런가.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가족이 혈연공동체라고 왜 최면을 걸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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