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13회 공지-그해 겨울(2)] 기생충 반지하의 계보학과 유령의 존재
1. 봉준호 감독이 박완서의 이 소설에서 혹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니었을까요?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계급(Class)'이라는 추상적인 사회 구조를 시각적, 공간적 '수직성(Verticality)'으로 완벽하게 번역해냈다는 점이죠.
지상에는 박사장네 저택이 있습니다. 이 집의 특징은 크기와 화려함이 아니라 통창을 통해 가득 들어오는 햇볕과 통창을 통해 볼 수 있는 찬란한 잔디 정원입니다.
반지하에는 기택이네가 삽니다. 취객의 노상방뇨를 봐야 하고, 소독약 연기를 안에서도 쐬야 하는 곳이지요
그런데 그 밑에 또 동굴같은 지하가 있지요. 박사장네 지하의 지하벙커, 근세가 사는 햇볕 한 줌 들지 않고 바람 한 줌 불지 않는 곳이지요

그런데 저는 박완서의 소설에서도 이 3중 구조를 발견합니다.
맨 위 지상에는 중산층으로 도약한 사람들의 양옥이 있습니다. <도시의 흉년>의 수빈네 집, <휘청거리는 오후>의 허성씨 집, <오만과 몽상>의 현이네 집,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의 수철이네 집이 바로 그런 지상의 양옥집입니다.
그 다음은 순정이네가 살던 '산동네'(<도시의 흉년>), 현과 영자 등이 살던 "벽지틈으로 벌레들이 한없이 기어나오는" 단칸방, 혹은 철거된 남상이네가 쫒겨나서 살던 상하수도 조차 없는 판자촌 (<오만과 몽상>), 그리고 시골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던 인재의 "신산스러운 궁상"이 덕지덕지 붙어있던 하숙방(<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이 있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순정이는 간호대 출신으로 결국 수빈이와 결혼을 했으며, 현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남상 역시 중산층으로 계층상승을 했고, 인재 역시 대기업에 취직을 했죠. 아직은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맨 아래층, 햇볕 바람 한 줌 없는 곳에서 진통을 시작한 오목이, 지금으로 치면 흙수저보다 못한 똥수저, 무수저인 오목이는 어떨까요?
2. '유령'으로서의 오목 혹은 호모 사케르
"그녀는 배밀이로 더럽고 습한 지하실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 땅 위로 통하는 계단까지 도달했다. 마침 계단 밑에서 파수가 되면서 공포감은 극도에 달했고 진통은 약간 누그러졌다. 그 바람에 그녀는 기성을 지르며 쉽게 계단을 기어올라 침침한 창고 속을 지나 안집 마당으로 나설 수가 있었다. 안집 마당엔 언제나 그렇듯이 햇빛이 충만해 있었고, 오늘따라 사람들까지 여럿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71)
"여럿이 오목이를 부축해서 어둡고 습한 지하실로 질질 끌어내렸다. 오목이는 깊이 모를 수렁에 빠진듯이 땅 밑으로 곧장 끌려 내려갔다. 햇빛이 빛나는 곳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질질 끌려가는 자신이 바야흐로 죽어가는 쥐새끼만도 못하게 비참한 존재로 여겼다. " (73)
오목이는 순정이나 남상이나 인재나 (심지어 영자처럼) 단순히 가난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햇빛 속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의 세계는 겹치지 않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미 죽은 사람처럼 취급되죠. 박완서는 그 상태를 '유령'이라는 말로 표현하네요.
"오목이는 자신이 유령이 아닌가 문득 의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유령이어서 햇빛과 햇빛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무관할 뿐더러 그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조차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황당했지만 생생했다."(72)
저는 이 유령이 단순한 비유가 아닌 것처럼 느꼈습니다. 전쟁에서 버려진 아이, 이후 오빠에게도 언니에게도 또 버려진 아이, 인재에게서조차 버려진 아이, 이렇게 가족의 경계 밖에 남겨진 존재인 오목이는 공동체의 보호와 인정으로부터 배제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오목이는 아감벤이 말한 호모 사케르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물론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는 원래 국가 권력, 정치적 주권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되는 개념입니다. 오목이를 그 자리에 세우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가족이지요.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국가와 사회(계급)과 가족이 더 동형적인 구조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요?

3.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가족은 어떤 매카니즘으로 오목이를 유령으로 만드는 것일까요?
평론가 권명아는 이 소설의 작품론을 쓰면서 그 제목을 "<가족의 기원>에 관한 역사소설적 탐구"라고 붙였습니다. 좀 길지만 인용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사실 기존의 '이산문학'과 전혀 다른 '세계관'을 표명하고 있다. 이 작품이 이산문학인가, 대중문학인가, 세태소설인가 등에 대해 몇몇 논자들의 논란이 있었지만 실상 이 작품은 이러한 범주로 접근될 수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역사소설이다. 정확하게는 '가족의 기원'에 관한 역사 소설이다. 박완서가 <그해 겨울..>을 통해 해부하는 가족의 기원은 전쟁이다. 그리고 가족은 '지속되는 전쟁'에 의해 재생산되며, 동시에 가족은 '전쟁'을 재생산하는 기제이다. 가족에 대한 비판에는 항항 일정한 '한계선'이 존재한다. 가족을 비판하되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문제삼을 것이지 '가족' 그 자체를 문제삼아서는 안된다는 한계선이 그것이다. 가족주의 이에돌로기는 유죄이지만, '실체'로서의 가족은 무죄이며 항상 '면죄부'가 발급된다. 그러나 박완서는..이렇게 질문한다. 과연 가족의 '실체'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족주의 이데올로기에 포획되지 않은 진짜 '가족이 존재할 수 있는가?"
중요한 통찰입니다.

자, 가족과 관련하여 이제 우리는
중산층 가족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휘청거리는 오후)를 넘어,
그 중산층 가족의 계보학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니체와 푸코적 맥락에서 '계보'는 단순한 역사가 아닙니다. 푸코의 말을 빌리면, 계보학은 "기원의 장엄함 뒤에 숨겨진 우연들과 폭력들"을 발굴하는 작업입니다. 양피지에 새 글자를 쓰기 위해 지워진 옛 글자들 — 팔림프세스트(palimpsest) — 을 읽어내는 것이죠. 즉 중산층 가족이 등장하기 위해 무엇이 지워지고 배제되었는지를 추적하는 작업입니다.
박완서를 통해 각자 이 문제에 대한 통찰과 자신의 언어를 갖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4. 이번에는 짧지만 세 개 정도의 씨앗문장 쓰기입니다.
지난 세미나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토픽을 하나만 잡으니까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들을 써오셔서 한편으로는 주제를 심도깊게 이야기하는 맛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작품에서 이야기해봄직한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계속 놓치는 문제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c조는 세 개 정도의 장면을 뽑아서 그것을 왜 뽑았는지, 동학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좀 정리해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c조 코멘트는 a 조가 하겠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해보고 이상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면 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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