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공지-살아있는 날의 시작] - 살아있는, 살아 날뛰는 이야기

파랑
2026-05-01 18:40
300

1. 제목, 참 심상치 않습니다

 

콧구멍이 두 개니까 숨을 쉰다...는 말이 실감나는 이야기, 소설 속 표현을 빌자면 “관자놀이를 단근질” 당하는 듯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 “살아있는 날의 시작”이라니요. 어흑....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군요.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억누르는 온갖 드러난 힘과 드러나지 않은 음모와의 싸움은 문학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입니다.

그동안 박완서의 소설에서 <살아있는 날의 시작>,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는 여성/젠더 문제를 예각화하고, 그 ‘싸움’을 제대로 드러내는 일종의 3부작처럼 여겨져왔습니다.

특히 <살아있는 날의 시작>은 “대중적인 방식으로 재생산 노동자로서 여성의 계급과 재생산 노동의 모순을 가시화했다는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왔지요. (김영희, 「여성문학론의 비판적 검토」, <창작과 비평> 16(3), 1988.; 이명호·김희숙·김양선, 「여성해방문학론에서 본 80년대의 문학」, <창작과 비평> 18(1), 1990.; 박혜란, <작가세계> 8, 1991.)

 

2. <살아있는 날의 시작>이 놓여있는 자리

 

<살아있는 날의 시작>은 ‘문청희’와 ‘정인철’이라는 부부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여자’로 지칭되는 아내와 ‘인철’로 불리는 남편의 가족/가정은 조금 다릅니다.

‘그 여자’에게는 본가인 친정과 시집살이(시어머니)&가족(남편과 자식)이 겹쳐진 가정으로 구별되는데 비해, ‘인철’에게는 본가와 자신의 가족/가정이 하나로 묶여 있으니까요.

 

또 ‘그 여자’ 청희는, 지금껏 우리가 읽어왔던 박완서의 소설 가운데 가장 ‘유능한’ 아내이자 어머니입니다.

<도시의 흉년>의 김복실 여사와 견줄 만합니다만, 학력이나 생활력, 사업 수완에서도 ‘그 여자’가 한 수 위입니다. 이는 달라진 시대의 여성의 위상 변화이기도 하겠지요. 이즈음부터 박완서 소설에서 중산층 전업주부와 소위 ‘워킹맘’에 해당하는 인물형이 점차 부각됩니다. 이로부터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관계, 가정과 가족, 결혼, 재생산 노동과 같은 문제들이 주요 주제로 이어집니다.

1980년대 즈음 ‘그 여자’가 있던 풍경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1) 여성의 직업, 그리고 ‘결혼 퇴직’

“재직 중에 결혼하게 될 경우에는 자진 사직하겠음을 서약하겠습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은행 대부분은 여성 행원 채용 때 결혼하면 퇴직한다는 ‘결혼퇴직 각서’를 받았습니다. ‘서른 살이 되면 그만둔다’는 각서까지 요구하는 은행도 있었다 합니다.

1975년 겨울에 조흥은행의 여행원이 결혼을 앞두고 사측의 결혼 퇴직에 맞서 입사 때 서약한 ‘결혼 각서’의 무효화를 주장하면서 기혼 여성의 노동권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여성 단체가 여행원의 투쟁에 가세하면서 1976년 5월에 결혼퇴직제는 폐지되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02841

 

겉으로는 성별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제 질서는 실제로는 여성의 가사 노동과 같은 보이지 않는 노동에 기대어 유지되어 왔습니다. 심지어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성별 노동 분업에 기반하여 성적 불평등을 심화시켰으며, 이는 비자본적 인간 존재인 여성에 더 많이 의존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웬디 브라운, <민주주의 살해하기 Undoing the Demos: Neoliberalism's Stealth Revolution>)

 

(2) 유한부인·유한마담

‘워킹맘’ 이전에 근대적 가정과 그 담당자인 현모양처에 대한 논의가 등장하면서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것이 ‘유한마담/유한부인’이었지요.

원래는 고운 비단을 휘감고 보석반지를 끼고 희희낙락하는 듯이 보이는 ‘화류계’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점차 가정 부인에게로 그 방향이 전환됩니다.

남편의 벌이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아내, ‘소소한’ 집안일 외에는 그저 무의미하게 보내다 향락에 빠지기 일쑤인 아내... 유한부인이자 유한마담인 거지요.

 

1978년 9월 16일자 경향신문에는 <유한마담에게 세금을 물리자>는 기사가 실립니다.

국회의원과 각계 여성단체 대표들이 모인 세미나에서 나온 제안이었습니다.

"수천만원을 들여 대학을 나온 여성들이 ‘복부인’이 되고 카바레 등에나 출입하고 있는 여성의 자세가 문제”이니 “이들에게 ‘유한마담’세를 물리도록 하자”는 것이었지요. 비록 “이색 제안”이라 지칭하고, 뒤이어 밤늦게 맥주홀 등을 드나드는 남자에게는 ‘유흥장출입세’를 물리자는 말도 나와서 폭소가 터졌다.... 고 마무리 되기는 합니다만,

이 시절의 분위기를 가히 짐작할 만합니다.

 

 

 

 

(3) 날치는 여자 vs 아내의 영광

<남편은 이렇게 출세시켜라>(1979). 이건 70년대 라디오 방송작가 김한주가 <아내가 리드하는 샐러리맨 출세전략>이란 이름으로 여성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책입니다.

이 책은 일종의 ‘처세서’로 분류됩니다만, 살짝 내용을 들춰보자면 이러합니다. 

제1장은 [깨울 때는 잔인하고 에로틱하게]입니다.

남편의 출세를 위한 첫걸음은 회사에 지각을하지 않는 것이고, 이는 남편의 의무가 아니라 아내의 의무랍니다.

“정 안 일어나거든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다가 끼얹을 각오라도” 해야 하며, 그래도 안 일어나면 남편의 품에 안겨 코먹은 소리로 “여보, 일어나요”를 흥얼거리는 방법을 쓰거나 남편의 가슴 한 가운데에 입을 대고 에로틱한 키스를 해서라도 잠든 남편을 깨워야 한답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잠에서 깬 남편이 강력히 ‘사랑’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면 “오늘 밤을 약속하는 선에서 ‘노 땡큐!’”를 외치고 출근 준비를 시키는 “타인배려”와 “자기절제의 합리적 이성”까지 발휘해야 한답니다.

그러한 시대였습니다.

[남편의 출세 = 아내의 영광]이라는 명제가 당연하게 & 공공연하게 말해질 수 있었습니다.  

 

앞서 <살아있는 날의 시작>이 놓인 자리라고 했습니다. 80년대라고 했습니다. 

그럴까요? 그때였었다.... 그럴 뿐일까요. 

 

3. 다양하게 & 깊이 들어가 봅시다

 

(1) 인물에게 돋보기를

소설의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 하지요.

<살아있는 날의 시작>에서 등장 인물과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복장 터지기는 합니다만ㅎㅎ.... 그야말로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남자다움을 신봉하는 가부장 남성은 어떠셨는지요. 모든 게 ‘엇갈리는’ 맞벌이 아내는 어떠셨는지요. 아들 집에서 말년 복을 누렸다는 시어머니, 딸 집에서 늘그막 최악의 망신을 당한다는 장모, 남자 형제들에게 희생하는? 희생당하는? 누이.... 이들은 어떠셨는지요.

또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지만 명구(청희의 장남), 재남(옥희의 둘째 오빠), 애리엄마(청희의 올케)도 저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들은 가족 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들이 내세우는 기준(가치)과 실제 모습은 어떠한지요. (경제적) 유불리로 협잡·공모하기도 하고, 또 파열을 일으키기도 하는 희한 얄궂은 모습들에 돋보기를 비추어보고 싶습니다.

 

(2) 어머니, 모성 혹은 모녀 관계

박완서 소설에서 어머니, 모녀 관계는 늘 중요한 주제입니다만, <살아있는 날의 시작>에서는 지극히 80년대다운 어머니 노릇이 등장합니다. 자녀교육과 가정 건사라는 어머니 노릇 말입니다. 지금의 대치동 학원가와 ‘돼지엄마’를 연상케하는 과외집과 주동자 엄마, 공교육으로서의 학교 현장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여기에서 소위 ‘워킹맘’의 문제도 나오고요.

또 청희와 친정어머니의 관계를 주목한다면, 모녀관계도 더 깊이 생각해보고, ‘돌봄’에 대해서도 더 살펴봐야할 듯합니다.

 

(3) 연민, 그리고 돌봄

연민이나 돌봄은 자칫 교만과 오만으로 점철될 우려가 다분합니다. 나보다 약자, 하등한 사람을 내가 기꺼이 보살핀다는 권력의 위치가 전제되어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일찌기 ‘친절한 금자씨’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속삭여주었나 봅니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에서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돌봄을 보여주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운운합니다. 소위 Care라는 행위를 넘어서는 다른 관점이 생겨나고 있는 걸까요? [돌봄의 윤리]에서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돌봄’은 단순히 수발을 드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내 삶으로 받아들이는 윤리적인 태도라고. 박완서가 포착한 돌봄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또 타인에 대한 연민, 동정 그리고 공감까지. <살아있는 날의 시작>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지, 나와 외부의 관계 맺음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5) 몸, 정동

박완서 소설의 특장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고약한 느낌의 형용을 어찌 이리 생생하게 그려내는지요.

<살아있는 날의 시작>의 ‘엇갈리는 느낌’, ‘미열’, ‘불안’, ‘혐오’, ‘강박’ 등등은 제가 겪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입니다.

익히 아시는 것처럼, 정동(affect)은 감정의 해석 이전에 발생하는 신체적 반응이자, 신체와 외부 세계의 접촉에서 생성되는 강도와 잠재적 힘을 가리킵니다. 반면 감정(emotion)은 이러한 정동이 사회·문화적 의미 체계를 통해 해석되고 명명된 상태라고 설명합니다.(브라이언 마수미, <정동정치>).

박완서 소설에서 감정과 정동을 구별하자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인물들에게서 저와 같은 신체적 반응이 어떤 지점에서 발생하고, 어떻게 드러나는지, 나아가 그것이 어떤 이행이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잠재적인 에너지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 다양하고 & 깊은.... 쓰기

 

(1) 특정 인물에 대해 혹은 특정 주제를 전제한 가운데 씨앗문장을 쓰고 분석해봅시다.

(2) 아울러 함께 나눌 토론 주제를 덧붙여주셔도 좋습니다.

 

1조 여러분의 활활발발한 메모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꾸우벅~~

 

댓글 4
  • 2026-05-05 18:08

    튜터가 원하시는 메모는 아닌 것 같지만,,, 심난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겨우 쓰긴 썼다는데 위안 삼으며..올립니다.

  • 2026-05-06 19:57

    올립니다-

  • 2026-05-07 08:48

    e북이라 책 페이지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 2026-05-17 2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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