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공지- 휘정거리는 오후(1)] 더 꼼꼼하게 들어가 봅시다
1. 다시... 문학은 힘이 세다
[도시의 흉년]으로부터 우리 모두는 정신사나워했습니다. 70년대 한국사회 풍경? 자본주의? 산업화? 도시? 가족? 욕망? 주체? 인간성? 섹슈얼리티? 사랑(이건 마이 무리ㅋㅋ)... 온갖 말들이란 말이 모두 넘나드는 속에 이게 맞는지, 아니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냥 ‘아싸리판’인듯 했습니다(‘아사리판’으로는 쬐금 모자라는 느낌 ^^;;;;;).
어쩌면 이런 혼란을 만들어내는 게 문학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 모든 책들은, 세상 모든 공부들은 우리들을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가지요. 그런데 문학은 애초부터 나를 일깨우는 명징한 힘이랄까 그런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두루뭉술하고 잡스럽고 온갖 것들이 다 뒤범벅되어 등장하는 그런 방식에 더 가깝지 않나 싶거든요. 어쩌면 작가마저도 자신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채 토해내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나를 ‘환장하게’ 만드는 그런 혼란 말입니다.
그러하니 너도 나도, 작가도 독자도 환장하게 만드는 ‘문학’은 힘이 셉니다.
이번에도 휘청거리다 못해 환장할.... 느낌적 느낌ㅠㅠ
2. 1970년대, 여성
1975년 유엔은 <세계여성의 해>를 선포했습니다.
이즈음 한국 사회에서도 주목할 일들이 꽤 많았습니다. 기존 논의에 따르면 현모양처의 여성상을 구체화하는 여성담론도 이 시기에 더욱 공고해지며(특히 박정희 정권의 통치전략을 수행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역할이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학계의 여성학 논의나 여성이론도 이 시기에 체계화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1975년에 보부아르의 [위기의 여자]가 한국 출판계에서 빅 히트를 날리며, 그녀의 여러 작품들이 번역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와 함께 활동한 사르트르는 1950년대에 한국문단과 독서시장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보부아르의 [제2의 성]도 1947년 작인데 말입니다. 이를 두고 세계여성의 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출판 시장의 성공으로도 해석합니다만 하여간 70년대 문단이나 출판계는 물론 한국사회에서도 ‘여성’은 돌출된 지점이었음이 분명해보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70년대의 청년문화와 남성작가로부터 등장한 ‘여성’입니다.
통기타와 청바지, 생맥주로 대표되는 청년문화는, 박정희 체제로 대표되는 억압과 금기를 넘어서는 저항과 낭만의 상징이었지요.
그리고 순수의 결정체와 같은 촉촉한 눈망울의 ‘그녀’들이 등장합니다. 심지어 창녀일지라도 티없이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그녀들.
1972년 최인호 [별들의 고향] ‘경아’
1973년 조선작 [영자의 전성시대] ‘영자’
1975년 조해일, [겨울여자] ‘이화’
저 눈밭에서 사슴처럼 겅중거리다 쓰러져 해맑은 미소를 터뜨리는 그녀들을 향한 클로즈업....
(이하, 생략함다ㅋㅋ)
이런 가운데 박완서는 ‘초희, 우희, 말희’를 등장시켰으니, 참 희한하지요. 청년다운 패기와 저항은 원래 없고, 순수의 화신과도 아예 거리가 먼 속물? 현실 여성?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신문’이라는 대중적인 장(場)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연애와 결혼 풍속을 정면으로 ‘고발’했다, 사회 문제를 구체적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문단의 호평도 얻습니다. 특히 결혼문화에 작동하는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와 세태를 사실적으로 재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고(백낙청, 유종호, 염무웅 등등 <창작과비평>계열), 이후 이것은 [휘청거리는 오후]에 거의 ‘공식’처럼 적용되어왔습니다.
사실적 재현, 뭐...고개를 끄덕일 밖에 없습니다만 ....
소위 천민자본주의, 속물성, 허위의식에 대한 비판? 반성? 그런가????
저는 물음표가 막막 솟아납니다. 저들을 재현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만, 과연 박완서의 소설이, [휘청거리는 오후]가 그렇게 “비판하고 반성하고 성찰”한다,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3. 사랑, 연애와 결혼
사실 여성의 사랑(연애)과 결혼은 너무나 익숙한 주제이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오만과 편견], [불여귀(不如歸)], [금색야차(金色夜叉)_장한몽]...) 이건 여성의 영역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고,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여류작가’와 ‘낭만적 사랑의 서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즉 여성 작가의 전문영역으로 고정되다시피 했습니다.
사랑, 그리고 연애와 결혼. 익숙하다 못해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서사 혹은 현실.
그런데 조금씩 다 다릅니다. ‘연애’라는 말을 신문물로 영접하던 근대 초기의 신여성들은 ‘자유연애’를 꿈꾸고 실행하려들지만, 현실은 ‘사랑의 완성=결혼’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결혼할 상대 남성이 없어 히스테리컬한 노처녀(B사감)으로 늙어가든지, ‘제2부인’(첩)이 되든지, 아예 죽음(情死)으로나 완성될(윤심덕) 것이었습니다.
해방 이후의 현실도 그닥 녹록치 않았습니다. 교육제도를 비롯한 사회시스템이 마련되어가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여성이 공부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결혼 상대자를 만나기 더 어려워졌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박완서는 ‘초희, 우희, 말희’를 통해 <아버지의 세계>와 <남편의 세계> 사이에서, <사랑>과 <연애 / 결혼> 사이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요.
[휘청거리는 오후] 1권에서는, 이전 소설의 연장선상-비교로부터
"더 꼼꼼하게"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1) 아버지와 어머니
대체로 아버지, 오빠는 죽었거나 혹은 그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는 매우 희미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지대풍씨는 간간히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휘청거리는 오후]에 이르러서 드디어 아버지(허성)의 눈(관점)과 생각이 서사를 끌고 나갑니다. 또 아들의 죽음으로 회색빛 유령이다시피했던 어머니는 생존을 위해 맹렬히 진격하다가 ‘돈맛’을 알게 된 김복실 여사가 되었더랬습니다. ‘바지사장’이었던 가부장은, 이제 공장 사장이 되어 확실한 경제권을 가진 듯 보입니다. 가부장의 귀환이라고 할 수는 있는 걸까요? 또 어쨌거나 민 여사는 허성 씨의 돈을 받아쓰는 현모양처식 주부라고 할 수는 있는데, 이들의 관계는 묘합니다.
그 이전과 달리 역전된 권력 관계에 놓인 듯한 민 여사와 허성 씨를 더 꼼꼼하게 보고 싶습니다.
또 허성 씨의 내면이 자주, 구체적으로 풍부하게 등장하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당연히 없지요. 시대의 변화로 달라진 아버지에 대한 연민...여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허성 씨가 스스로를 보는 방식도, 아내와 딸들이 그를 보는 방식도 묘합니다.
(2) 돈, 돈, 돈.... 눈에 보이는 신(神)
[오만과 편견]이 ‘사랑과 결혼’의 고전이라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만, 전통적인 권력 층인 귀족과 급부상하는 젠트리계급의 양상, 상속을 둘러싼 부(富)를 비롯한 경제적 변화 등에 대한 사회문화적 고찰이 녹아있다고들 설명합니다. 결혼 문화/풍속은 사회 제도적 관계의 총합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휘청거리는 오후]에도 아주아주 흥미로운 양상들이 쏟아집니다. 상향 결혼을 꿈꾸는 민여사와 초희의 꿈은 그저 부잣집에 시집가겠다는 정도가 아니며, 모녀의 욕망은 또 각각 다릅니다. 전쟁 직후의 생존 욕망과도 당연히 다르며, 김복실여사가 마주했던 ‘공단 이불’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우희도 민수와 민수어머니도 공장의 차씨도 제각각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화폐의 본질이랄까요. 자본의 욕망이랄까요.
맑스는 「1844년의 경제학 철학 초고」에서 셰익스피어(「아테네의 타이몬」, 1607)를 인용합니다.
“금? 귀중하고 반짝거리는 순금? 아니라네. 신들이여! 실없이 내가 그것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네. 이만큼만 있으면,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만든다네. 나쁜 것을 좋게, 늙은 것을 젊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만든다네.”
그리고 “분명 고귀한 것은 드물고도 어렵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고귀해서 드문 것이냐, 드물어서 고귀한 것이냐”고 되묻습니다.
맑스의 저 물음을 [휘청거리는 오후]에 들이대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욕망은 물론 그들이 꿈꾸는 ‘결혼’이라는 교환 관계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3) 감각/정동, 그리고 육체
박완서답게 [휘청거리는 오후]에서도 시각과 촉각을 비롯한 감각적인 서술들이 넘쳐납니다.
민여사의 독특한 말투, 초희의 짜증, 우희의 고민 등등은 물론이거니와, 허성 씨와 유영감의 훼손당한 신체도 각별합니다. ‘인공적 순결’을 장착하지 못한 우희의 몸(정조), 중년 여성들의 기름진 몸, 생명의 활기.... 수두룩합니다.
이들이 여성적 재현/여성의 글쓰기와 어떻게 연결될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박완서 읽기에서 계속 되어야할 질문이긴 합니다만, [휘청거리는 오후]에서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읽기는 어떠셨는지요. 어떤 생각을 품으셨는지요.
다음 주 수요일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B조 여러분,
휘청거리지 마시고 꿋꿋이 & 꼼꼼한 읽기를 보여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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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올립니다.
메모 올립니다^^
메모 올립니다. 3조인데 다음 세미나에 메모를 올릴 여력이 없을거 같아 기린샘과 순서를 바꿨습니다.
저두 메모 올립니다.~~
늦었습니다. 저녁에 뵐께요.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