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이야기와 글쓰기] 1주차 후기_소요적 읽기
‘장자와 글쓰기’의 첫 번째 세미나가 끝났다. 그 전에 우리는 석 달동안 아침 6시부터 30분간 <장자>와 <노자>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낭송의 시간을 통과한 후에 우리는 ‘장자, 이야기와 글쓰기’ 앞에 섰다.
작년에 처음 접한 동양고전은 나에게 아리송한 존재였다. <계사전>, <장재집>, <기학>은 읽었으되 읽었다고 말할 수 없는 책들이다. 꼼꼼히 읽으려고 해도 구절이나 단락 사이가 말도 안 되게 띄엄띄엄해서 촘촘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동양고전으로 에세이를 쓰는 건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래도 동양고전과 친해져보고 싶었다. 올해 1년짜리 세미나로 ‘장자, 이야기와 글쓰기’와 ‘박완서 다시 읽기’가 오픈되었을 때 고민하다가 ‘장자, 이야기와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이다.
3월부터 시작된 낭송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 오픈 전에는 ‘낭송으로 하루에 얼마나 읽겠어? 낭송으로 읽은 분량만큼 매일매일 꼭 복습하리라’고 다짐했는데 웬걸....원문과 해설 부분은 다 빼놓고 번역문만 홀랑 낭송하니 하루에 4-50페이지씩 쭉쭉 진도가 나갔다. 첫날 나는 원문과 해설까지 읽으며 복습을 해보려고 했으나...이거 가능한 걸까....찝찝한 마음으로 복습을 하다말다 하면서 한 달 정도 보내고 난 후엔 복습을 포기했다. 그 뒤론 그냥 마음 편하게 부지런히 새벽에 일어나 낭송 시간 중의 듣고 읽기에만 집중했다.
그래도 낭송이 끝나갈 무렵엔 <장자>에 한 걸음 정도는 가까워져 있었다. 그 익숙함을 느꼈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양고전이 나에게 그토록 난해한 존재였던 것은, 글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 때문일지도 모른다는...<계사전>이며 <장자>, <도덕경>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서양 철학 기반의 텍스트와는 논리가 전개되는 방식이 전혀 다르고 글의 구성도 전혀 다르지 않은가. 그런 동양고전을 가지고 늘 그래왔듯이 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독해를 하려고 하니 잘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그러면 <장자>는 어떻게 독해해야 하는 것일까.
'장자, 이야기와 글쓰기'의 첫 번째 세미나는 <장자> 내편 중 {소요유}에 대한 것이다. {소요유}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소요와 방황은 목적지와 방향을 정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란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세미나 시간에 문탁 선생님이 소요를 팀 잉골드의 <선의 인류학>과 연결시켰을 때는 너무 재미있었다. 근대 사회 이전에 삶은 선을 따라가며 장소를 만드는 행위였다. 그런 삶은 근대를 통과하면서 고정된 장소로 구겨져 들어가 점이 되었고, 선은 장소와 장소를 잇는 직선으로만 남았다. 오늘날 방황의 정의는 그러한 직선의 개념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이리저리 헤매며 돌아다님’,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함’. 하지만 팀 잉골드는 방향이 없음이야말로 선을 따라가는 삶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환경에 반응하며 구불구불 이어가는 삶. 장자의 소요는 팀 잉골드가 말하는 그러한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다.
낭송은 읽기가 소요와 만났을 때 나타난 읽기의 한 가지 방식이다. 우리는 낭송을 하면서 <장자> 속에 등장하는 온갖 사물과 인물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과 관계를 맺고 또 그 속의 어딘가에 우리 자신을 자리매김했을 지도 모른다. 저자의 의도와 텍스트의 논리를 촘촘하게 이해하겠다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직선적 읽기는 <장자>를 풍부하게 읽어내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장자, 이야기와 글쓰기'를 통해서 나는 낭송과는 다른, 새로운 소요적 읽기를 연습하려 한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단어의 의미를 고민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를 연결하려 애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엄청 ‘헤맬’ 것이다. 그래도 어쩌면 <장자> 속의 방황이 조금은 덜 괴롭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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